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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대하여
철학 한 토막 | 2008년 08월 25일 12시 01분
나는 천주교 신자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냉담자다.
지난번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미사때 울컥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번 주교단 회의에서 사제단에게 징계성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그 울컥을 회수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 같지만, 난 아무리 봐도 그 기대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주교도 기독교는 기독교인 것이다. 모든 종류의 기독교는 유일신이자 인격신,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지고 있는 원죄, 그리고 예수에 의한 속죄와 희생을 믿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리고 바로 이 공통의 신앙 요소들이 결국 사회정의에는 걸림돌이 되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이 신앙 패키지는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자신의 절대권력에 이용하기 좋은 요소들만 편집해서 니케아 공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반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절대권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원시기독교의 요소들, 특히 영지주의와 관련한 요소들은 모두 이단으로 단죄되었다. 결국 바울의 기독교만 남게 되었다. 바울은 로마의 시민권자로 애초부터 로마에 선교를 목표로 하고 있었으며, 로마인들에게 용납되기 쉽도록 기독교 교리를 재편하였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천주교든, 개신교든 모두 바울에서 콘스탄티누스로 이어지는 이 흐름의 여러 곁가지에 불과하며, 이 흐름은 하늘이 두쪽나도 기존의 권력을 위해 봉사할 수 밖에 없다.

혹자는 예수의 전복적인 삶과 저항적 시도들을 일컬어 예수는 혁명가였다고 하면서 추종한다. 진보적 기독교인들이 거의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예수는 존경할만한 과거의 전범이자 위인이 되지 신이 되지는 못한다. 예수의 저항적 삶을 따라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신앙"에 의해 "수동적인 구원"을 기다리는 자세가 바로 모든 기독교의 공통요소인 것이다. 기독교 어디를 뒤져 보아도 "능동적 구원과 해방"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전통적인 구복신앙과 결합된 세속적인 한국 기독교야 오죽하랴? 천주교 역시 신자들의 SES가 높아서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 구복신앙이긴 마찬가지다. 포이에르바하의 기독교 비판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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